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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 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책과 논문 2022. 12. 31. 14:45
룰루 밀러, 2021, 곰출판,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집착에 가까울 만큼 자연계에 질서를 부여하려 했던 19세기 어느 과학자의 삶을 흥미롭게 좇아가는 이 책은 어느 순간 독자들을 혼돈의 한복판으로 데려가서 우리가 믿고 있던 삶의 질서에 관해 www.aladin.co.kr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올해는 무얼 잘 했나~' 했더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블로그와 인스타에 독서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일이더라. 그래서 올해가 지나기 전에 두 권 더 기록으로 남기기로 결심. 기록으로 미처 남기지 못한 책들이 많지만, 특히나 올해를 넘기면 아쉬울 것 같은 두 권을 골랐다. 룰루 밀러의 책이 그 중 하나. 책은 스탠포드 대학의 초대 학장이자 어류학자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전기..인 척 한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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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보니것, <타이탄의 세이렌>책과 논문 2022. 12. 29. 18:55
커트 보니것, 2022, 문학동네, 타이탄의 세이렌 블랙유머와 풍자의 대가 커트 보니것의 두번째 장편이자 수많은 팬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작품 『타이탄의 세이렌』이 커트 보니것 탄생 100주년을 맞아 문학동네에서 출간된다. 모든 공간과 모 www.aladin.co.kr 음. 스포일러 없이 이 책에 대한 리뷰를 남길 자신이 없다. 책의 매 페이지가 반전이기 때문에. 커트 보니것을 처음 만나고, 앞으로 읽을 예정이며,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다면 이 리뷰는 읽지 않으시는 게 좋겠다. 사정이 그러하니 잠깐의 여백을 두겠습니다. ... 인생 어차피 운칠기삼이라고 하면서도 나는 마음속 깊이 이 말을 받아들이지는 않는데, 이 말을 받아들였을 때에 찾아올 허무를 견디지 못할 것 같아 그렇다. 내 인생, 지구를 떠나 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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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 슈사쿠, <바다와 독약>책과 논문 2022. 12. 29. 16:24
엔도 슈사쿠, 2014, 창비, 바다와 독약 창비세계문학 28권. 엔도오 슈우사꾸의 장편소설. 엔도오 슈우사꾸는 전후 일본인에게 드러나는 죄의식의 부재 문제를 일관되게 작품화한 가톨릭 작가로서 초기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소설에 www.aladin.co.kr 학생 때 읽었던 엔도 슈사쿠의 소설을 다시 읽었다. 기억하기 위해 소설을 읽는다고 했다. 아마 엔도는 잊지 않으려는 절박함에 을 쓴 듯 하다. 바람에 먼지가 풀풀 날려 흐릿해져버린 시야처럼 아득해져가는 폭력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 두려운가. 그렇다. 다시 되돌아가도 똑같이 그 폭력을 반복할 것이라는 그 사실이 두렵다. 스구로 라는 이름의 창백한 의사에게서 기흉 치료를 받게 된 '나'는 그가 일본의 2차대전 패전 직전에 있었던 '큐슈 대학 생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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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섬프터, <알고리즘이 지배한다는 착각>책과 논문 2022. 12. 19. 21:13
데이비드 섬프터, 2022, 해나무, 알고리즘이 지배한다는 착각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둘러싼 논란, 특히 최근 만연하고 있는 SNS와 인공지능을 향한 공포심이 언론과 일부 전문가들로 인해 과장되었다고 주장하며 알고리즘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우리들이 반 www.aladin.co.kr 통계학자의 고뇌와 불편(?)이 담긴 매우 재미있는 책. 357쪽이 백미였는데, 알고리즘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휩싸인 사람들이 가득 찬 파티장에서 데이비드 섬프터 본인이 말 그대로 폭발하는 장면이 묘사된다. 좀 길지만 모두 그대로 옮겨보겠다. 사실상 이게 책의 요약이기 때문. 데이비드 섬프터, , pp.356~357 "페이스북 연구는, 부정적인 뉴스를 실컷 읽은 사람들은 부정적인 단어를 한 달에 한 개 더 사용하게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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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 <인생의 역사>책과 논문 2022. 12. 4. 20:21
신형철, 2022, 난다, 인생의 역사 우리 문학을 향한 정확한 사랑이자 시대를 읽는 탁월한 문장, 평론가 신형철이 4년 만의 신작으로 돌아왔다. 라 이름한 이번 책을 두고 시화(詩話)라 묶었으니, 한 편의 시를 읽고 www.aladin.co.kr 죽음을 지워내는 세상 덕분에 오히려 죽음을 기억하게 되는 날이 있다. 다만 행운에 불과한 내 삶의 쓸모를 누군가가 이야기해주었으면 하는 날이 있다. 그러다 신형철의 신간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책 한 장 한 장을 최대한 천천히 읽어 넘겼다. 그의 문장은 한강씨의 장편소설 를 통해 처음 만났다. 추천사가 요란한 책들과 달리, 소설 표지 뒷면에는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비평 다섯 문단이 실려 있었다. 그 중 마지막 문단에서 눈물을 멈출 수 없었는데, 소설 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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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 오닐, <대량살상 수학무기>책과 논문 2022. 11. 12. 15:32
캐시 오닐, 2017, 흐름출판, 대량살상수학무기 빅데이터 모형은 편견에 사로잡힌 인간보다 공정하며, 개인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정부, 기업, 사회에 도입된 데이터 기반의 알고리즘 모형들은 인 www.aladin.co.kr '인공지능 윤리 스터디'라는 것을 꾸려가고 있다. 현업에 있는 사람들과 같이 스터디를 하다보니, '아 이 책은 이래서 좋았어요' 수준에서 대화가 그치지 않아서 정말 매우 감사하다. 시장의 논리를 순리로 받아들이는 기업 한 복판에서 윤리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겪을 고충을 상상해보자. MIT Tech Review도 '책임 있는 AI ' 담당자들이 번아웃에 시달린다는 이야기를 한다던데, 이들이 지치지 않는 것은 경외로운 일이다. 직장에서 매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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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밋 패티슨, <화석맨>책과 논문 2022. 10. 29. 23:12
커밋 패티슨, 윤신영 번역, 김영사, 2022, 화석맨 ‘루시’보다 100만 년 앞선 인류 화석 ‘아르디’를 발견한 과학자들의 모험과 경쟁에 관한 휴먼 드라마, 인류의 기원과 진화에 대한 생생하고 철저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www.aladin.co.kr 윤신영 에디터님이 번역한 화석맨. 벽돌책이기는 한데 뒤로갈수록 재미있어서 잠을 줄여가며 읽었다. 이야기는 주로 에티오피아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살면서 본 '에티오피아'라는 단어를 합친 것보다 많은 '에티오피아'를 이번 책을 읽으면서 만났다. 에티오피아는 내전 상태였고, 부족 간 갈등이 심했고, 부패했으며, 공산정권이 수립되면서 미국 정부와 긴장감이 높아졌고, 인류 최초의 인간이 국제사회에서 에티오피아의 위상을 높여줄 것을 기대했다. 인류의 기원을 연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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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 헌트, <긴즈버그의 말>책과 논문 2022. 10. 8. 15:06
헬레나 헌트, 마음산책, 2020, 긴즈버그의 말 마음산책 열세 번째 말 시리즈. 법률가로서 평생 여성과 소수자의 권익을 위해 헌신해온 긴즈버그 대법관의 사상과 신념이 담긴 법정 의견서와 언론 매체, 강연, 포럼 등에서 했던 말을 총 망라 www.aladin.co.kr 이 책을 만나려고 우연히 들어간 서점에서 구매했다. 책을 만난 것과 비슷한 시기에 다큐멘터리 영화 를 봤다. 그 전에는 을, 최근에는 다큐멘터리 를 봤다. 만약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면, 우리에게 무엇이 있어 가능한가. 책은 그가 추구했던 정의가 아집과 거리가 멀었음을 보여준다. 그의 삶은 설득의 연속이었다. 설득의 방법은 상대에 따라 매번 달랐다. 그는 마음을 설득하는 것과 이성을 설득하는 것, 모두에 능했다. 그는 집념이 강했다. 소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