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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진, <완벽한 생애>책과 논문 2023. 2. 18. 18:00
조해진, 2021, 창비, 완벽한 생애 소설Q 시리즈. 직장을 돌연 그만두고 제주로 향하게 된 윤주, 윤주의 제주 생활 동안 그의 방을 빌리며 한국여행을 하게 된 시징, 꿈을 접고 신념을 작게 쪼개기 위해 제주로 이주한 미정의 이야 www.aladin.co.kr 한 사람의 인생은 다른 사람의 그것과 연결되어 있어서, 제주로 이주하자 서울 사는 친구가 제주로 놀러오고, 그렇게 잠시 비게 된 집을 에어비엔비에 내놓아 홍콩에서 서울로 들어온 사람도 있고, 그렇다. 한 사람의 움직임이 움직임의 연쇄를 만든다. 그것은 도망의 연쇄였을까. 좌절, 무기력, 우울, 죄책감이 엉겨 달라붙어 걸음을 내딛지 못하고 있는 지리한 나날이 있다. 나는 조해진이 전하는 이 감정들을 '부채감'이라고 부르는데, 글쎄 왜인지 나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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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서스킨드,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책과 논문 2023. 2. 11. 16:25
대니얼 서스킨드, 와이즈베리, 2020,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첨단 기술과 인공지능, 정보화에 따라 앞으로는 인간만이 할 수 있었던 업무 영역이 어느 때보다 깊이, 그리고 서서히 대체될 전망이다. 저자의 10년 동안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은 과학 기 www.aladin.co.kr chatGPT로 시끌벅쩍한 이 시점에 읽게되어 새삼스러웠던 책. 지금처럼 일자리 걱정으로 미래가 흉흉했던 적이 있었나. 기술에 의한 마찰적, 구조적 실업이 발생할 때에 사회는 재교육을 통해 '더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을거라 설득한다. 새로 등장하고 있는 직업이 임금도, 명예도 더 좋다면서. 흥미롭게도 chatGPT의 시대에는 이런 설득이 잘 안먹히는데, 그것이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는 직업군이 SW 개발자부터 법조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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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런 바일러,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책과 논문 2023. 2. 5. 20:27
대런 바일러, 2022, 생각의힘,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 여기, 21세기 최악의 인권 유린을 파헤친 책이 출간되었다. 중국이 첨단기술의 감시 네트워크를 구축해 수많은 사람을 억류하고 착취해온 참혹한 현장을 기록한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이 www.aladin.co.kr 디스토피아라니 SF 소설같다. 안타깝게도 책은 동시대를 담았다. 극한의 폭력에서 겨우 도망친 사람들의 이야기. 그곳에서 부당하게 감금, 학대당하고 착취당하며, 살아 도망친 후에도 치밀어 오르는 죄책감과 모멸감에 살아도 죽은 것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언제나 현실은 소설보다 끔찍한 법이다. 기록하려 블로그를 열었지만 어떤 말을 더 얹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 기숙사 방은 훌륭한 기숙사 방이야. 조금만 버텨, 내 마음아." 수용소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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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책과 논문 2023. 2. 5. 19:23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웅진지식하우스, 2023,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 젤렌스키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2019년부터 전시 지도자로 거듭난 현재에 이르는 3년간 국민과 전 세계를 상대로 해온 수많은 연설 가운데 엄선한 19편을 담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승인한 유일 www.aladin.co.kr 알고 계셨는가. 넷플릭스는 우크라이나 콘텐츠도 보여준다. 코미디언이었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를 대통령으로 만든 이야기다. 농담과 연출이 대체로 예측 가능한 이 코미디 시리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데, 시리즈 전반에 걸쳐 우크라이나 국민의 열망과 두려움을 동시에 담고 있기 때문. 젤렌스키는 인민의 열망과 두려움을 알고, 공감하며, 유머로 풀어냄으로써 대통령이 되었다. 여기에서 그쳤다면 그는 TV가 대통령을 만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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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영원한 권력은 없다>책과 논문 2023. 1. 29. 18:43
김종인, 시공사, 2020, 영원한 권력은 없다 역대 거의 모든 정부를 가까이서 경험하고 대통령의 최측근으로도 있다가, 선거 승리부터 대통령으로 당선까지 킹메이커로 돕는 역할도 하는 등, 김종인은 이 책에서 본인이 겪은 대통령들의 www.aladin.co.kr 한 친구가 를 읽으면서 "한국 현대사가 주마등처럼 지나갔다"라고 했다. 그 말이 웃겨서 "김종인 할아버지의 주마등을 왜 네가 느끼고 있냐"며 깔깔거렸다. 친구를 비웃어줄 요량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친구 말이 꼭 맞다. 한국 현대사가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읽는 동안 1940년에 가인 김병로의 손자로 태어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를 일컬어 여의도의 포레스트 검프라고 한다던데, 누가 붙인 별명인지 모르겠으나 탁월한 별명왕이다. 4.19 즈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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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크로퍼드, <AI 지도책>책과 논문 2023. 1. 24. 14:10
케이트 크로퍼드, 2022, 소소의책, AI 지도책 미국 네바다의 리튬 광산에서부터 아마존 창고와 시카고의 도축장, 데이터 센터, 이미지 데이터베이스, 파푸아뉴기니의 산악 마을, 스노든 자료실, 텍사스 서부의 로켓 기지 등에서 AI가 실제로 www.aladin.co.kr 자기 분야가 확실한 좋은 작가는 이런 거구나 싶다. 지도 은유로 동시대 지구 전반으로 사고의 지평을 넓힌 그의 글은 광물과 노동, 데이터, 분류, 감정, 국가를 큰 주제로 글을 엮어 낸다. (동일 주제로 지도 데이터 시각화를 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이 중 노동과 국가 두 주제를 짧은 기록으로 남긴다. 노동 파트를 읽을 때는 농담처럼 서러웠다. (농담이라 썼지만 진담이다. 농담만한 진담도 없는 법이다.) 새삼스럽게 노동자성을 각성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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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일호, <슬픔의 방문>책과 논문 2023. 1. 24. 12:57
장일호, 2022, 낮은산, 슬픔의 방문 굵직한 탐사보도와 깊이 있는 기사들로 ‘바이라인’을 각인시킨 기자 장일호의 첫 책을 선보인다. 에세이 은 아프고 다친 채로도 살아갈 수 있는 세계를 꿈꾸며 “슬픔” www.aladin.co.kr 알아가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다. 예전엔 더했다. 아는 게 좋았고, 세상이 궁금했고, 호기심이 많았다. 알게 되었다 느끼면 기뻤다. 세상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잊지 않기 위해 읽는다. 머리가 커져서, 세상을 잘 알게 되었다는 뜻이 아니다. 나라는 인간이 참 간사해서 정말 중요한 것들을 편리하게 잊어버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뿐이다. 세상이 불행함을 진정으로 몰랐던가. 세상의 불공정을 진정으로 몰랐던가. 아름다운 것만을 좋아하는 나는 불행 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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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별하지 않는다>책과 논문 2022. 12. 31. 16:38
한강, 2021, 문학동네, 작별하지 않는다 2016년 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고 2018년 으로 같은 상 최종 후보에 오른 한강 작가의 5년 만의 장편소설. 2019년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계간 에 전반부를 연... www.aladin.co.kr 제주가 고향이다. 제주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작품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제주의 아름다움은, 이면에 얼룩진 폭력과, 차마 말로 표현하지 못할 고통을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다룰 수 없다. 한강씨가 (어째서인지 나는 작가 한강에게 꼭 '-씨'를 붙이게 되는데, 언제부터 무엇을 계기로 그리 되었는지 모르겠다.) 제주 4.3에 대해 장편소설을 썼다니, 안 읽을 도리가 있나. 고통에 다가가기 위한 고통받는 글쓰기에 많이 울고 감탄했다. 책은 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