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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Grokster 판례 평석정책 이슈 2020. 12. 7. 11:05
1) Grokster 판결의 주요 내용
Grokster와 Streamcast를 상대로 한 MGM의 소송에 대해 9명의 미 연방대법관은 2005년 만장일치로 MGM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이 판결을 두고 MGM이 승리했고, 연방대법원이 기술혁신을 저해했다고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대법원은 Grokster 사건에 대해 판결함에 있어 Sony 사건의 결정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옳은지의 여부를 논의한다. Universal City Studio가 Sony의 VCR 상품 Betamax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TV 프로그램을 녹화하는 것을 두고 저작권 침해를 주장했던 Sony 사건에서 법원은 VCR 기술은 “중요한 저작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는 사용(Substantial Non-Infringing Uses, SNIU)”이 가능하고 따라서 VCR이 제3자의 저작권 침해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Sony 판결은 새로운 기술과 기업가의 등장을 위해 저작권 침해를 제한적으로 해석함으로써 혁신이 탄생할 수 있는 세이프 하버를 만들었다고 평가받는다.
1심 지방법원과 항소심은 Sony 사건의 법리를 Grokster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하여 Grokster에게 간접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저작권 침해 파일 공유가 전체 파일 공유의 90%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사실과 함께 스스로 Napster의 대안이라고 홍보했으며, 저작권 침해 파일의 공유 링크를 얹은 뉴스레터를 이메일 직접 발송했고, 저작권 침해 파일 공유에 대한 이용자 문의에 수 차례 대답한 바 있어 저작권 위반 사실을 주지하고 있었을뿐만 아니라 이용자들로 하여금 저작권 침해를 ‘적극적으로’ 유도하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방대법원은 특허법의 유도규칙(Inducement Rule)을 적용한 판결을 내린다. 특허법에서 상품 판매자가 제3자(이용자)로 하여금 타인의 특허권을 침해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하였을 경우 책임을 묻는 법리를 Grokster 사례에도 적용한 것이다.
2) Grokster 판결을 위한 항변
이러한 연방대법원의 판단에 대해 세 가지 비판이 제기된다. 우선 특허법의 법리를 적용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문제이다. 판결문은 그러나 간접책임의 유형과 그 적용을 제한한 Sony 사례 역시 특허법의 법리를 적용함으로써 성립 가능했고 따라서 Grokster 사례에 특허법의 유도규칙을 적용하는 것 역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항변하고 있으며 타당해 보인다.
다음으로 저작권 영역에도 유도규칙을 적용한다면, Sony 역시 유도규칙에 따른 책임소지가 있지 않은가 하는 지적이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연방대법원은 다른 입장을 취한다. 연방대법원은 Sony의 VCR 광고는 ‘시간이동(Time Shifting)’라는 광고와 Grokster, Streamcase의 적극적인 유도는 구분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들의 홍보는 단순히 상품의 성격을 알리는 것을 이상이라는 것이다. 법원은 이들의 서비스가 기획 단계에서부터 Napster의 대안으로 기획되었고, Napster의 폐쇄를 염두에 두고 그 이용자를 유치하려 했다는 내부 경영문건이 발견되었으며, 저작권 침해 파일공유 링크를 얹은 뉴스레터를 이용자들에게 발송하는 등 단순히 상품이 오용될 수 있다는 염려 이상으로 저작권을 침해하고자 하는 의도가 서비스 설계와 배포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반영되어 있기 때어 Sony와는 맥락을 달리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Grokster 판결이 신규 사업자에 의한 기술 혁신을 보호하려는 Sony 판결의 의도를 꺾어버렸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Grokster 판결을 통해 연방대법원이 판시하고자 하는 바는 Sony 판결을 존중하되 다만 “상품의 성격과 이용을 넘어서, 저작권 침해를 촉진하는 발언과 행동에 대한 증거가 있다면, Sony 판결에 따른 범용품(staple article) 규칙에 의한 면책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상품 또는 서비스의 판매자가 저작권 침해를 ‘적극적으로’ 유도했다는 증거가 있을 때에 한하여, 기술 설계와 비즈니스 모델 등의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적극적 유도 규칙(Active Inducement Rule)’을 소개한 것인 바, 이는 기술의 설계나 비즈니스 모델 자체만으로는 유도 규칙을 적용할 수 없음을 확인하는 것이기도 하다(Samuelson, 2006).
3) 실제 신규 사업자의 등장이 위축되었는가? Viacom v. Youtube 사례
Grokster 판결이 산업계를 위축시켰는지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후 시장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 된다. Grokster 판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또는 그 덕분에) 미국은 신규 사업자가 적극적으로 저작권을 침해를 유도하지 않는 한, 혁신적 서비스의 등장을 장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Viacom을 비롯한 콘텐츠 사업자들이 유튜브를 대상으로 건 소송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법원은 Grokster의 사례를 들어 유튜브에 대해서도 간접책임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원고의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유튜브가 세이프 하버(Safe Harbor)를 적용받는 대상이라고 판단하였다. 유튜브가 구체적인 저작권침해 의도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으며, 이용자의 신고 등으로 저작권 침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Red Flag) 해당 콘텐츠를 차단하는 등 구체적인 저작권 침해 방지 조치를 취했으며, ‘Broadcast Yourself’라는 슬로건과 함께 이용자가 자신의 콘텐츠를 직접 생산할 것을 요청했지 기존의 저작권물을 유통할 것을 촉진하지 않은 바, Grokster 사례와 달리 적극적 유도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Grokster 판결은 저작권자 보호와 혁신적 서비스의 등장 간 균형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으며, 그것이 이후 신규사업자의 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기능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4) 저작권자와 기술 혁신 간 줄타기
규제는 기존 사업자와 신규 사업자 간의 균형 문제로 돌아오곤 한다. 한국에서도 인터넷 포털이 성장하자 언론사들은 뉴스에 대한 저작권을 강하게 요청하기 시작한 사례가 있다. 언론사들은 ISP가 뉴스를 DB화하려면 대가를 지불해야하며, ISP의 편집을 금지하는 등의 언론 저작권 강화를 주장했다. 언론의 성화에 ISP는 전재료 지급 등 뉴스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했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언론사의 수익구조는 여전히 ISP에게서 받는 전재료와 광고, ‘협찬’에 잠식되어 있다. 170년 전통의 뉴욕 타임즈가 <스노우 폴>을 선보일 때, 한국의 언론사는 ISP에게 잠식되고 있었던 것이다. 분명 규제는 혁신을 지연시키기도 한다.
다만 이를 두고 ‘저작권자에 대한 보호는 혁신을 지연시키므로 Grokster 판결이 잘못되었다’는 논리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Grokster 판결은 저작권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울타리를 두른 것이며, 이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영역에서의 혁신을 긍정했다. 적극적 유도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Sony 판결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 Grokster 사례가 신규 사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이다.
[참고문헌]
Samuelson, P. (2006). Three Reactions to MGM v. Grokster. Mich. Telecomm. & Tech. L. Rev., 13, 177.
Küng, L. (2015). Innovators in digital news. Bloomsbury Publishing.
Metro-Goldwyn-Mayer Studios, Inc., et al. v. Grokster, Ltd., et al. 545 U.S. 913
Viacom International Inc. v. YouTube, Inc. No. 07 Civ. 2103, 2010 WL 2532404 (S.D.N.Y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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