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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티븐 코언, 브래드퍼드 들롱 <현실의 경제학>
    책과 논문 2021. 1. 30. 14:41

    스티븐 S. 코언, J. 브래드퍼드 들롱, 2017, 부키, <현실의 경제학(Concrete Economics)>

     

    현실의 경제학

    경제는 언제 성장하는가. 혁신은 어떻게 가능한가. 미국 경제사에 정통하면서 정부의 경제 정책에 직접 관여해본 경험이 있는 스티븐 S. 코언과 J. 브래드퍼드 들롱이 이 질문에 대답한다. 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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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건국의 아버지가 자유경제가 아닌 다른 무엇을 생각했다니, 상상만으로도 불경하다. 하지만 건국의 아버지들이 꿈꾸었던 미국은 자유경제가 이룩된 국가가 아니었다. 영국에서 독립한 부강한 나라였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이데올로기가 아닌, 현실의 경제학을 볼 수 있는 선각자였기 때문이다. 

     

     

    이 책은 미국의 경제정책이 다만 실용주의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음을 지적하면서, 지금의 격앙된 '이데올로기' 경제정책이 어떻게 미국으로 하여금 동아시아 발전경제에 뒤쳐지고, 연달아 금융위기를 겪게 하였는지 되짚는다. 즉, 저자들이 보기에 지금 미국은 이데올로기에 빠져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알렉산더 해밀턴. 두 저자가 꼽는 미국 경제의 뼈대를 만들고 성장의 토대를 닦은 인물로, 책 <현실의 경제학> 자체가 그에게 헌정되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해밀턴의 경제개발 이론은 독일에 영향을 미쳐 이후 일본, 한국과 중국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 발전국가 경제정책의 바이블이 되었다. 제조업을 장려한 그의 경제정책은 다음의 네 개 기둥을 가지고 있었다. 

     

     

    • 높은 관세
    •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투자
    • 연방 정부의 주 부채 인수
    • 중앙은행

     

     

    높은 관세는 제조업의 성장을 독려할뿐만 아니라 사회간접자본 개발, 주 정부의 (독립전쟁으로 인한) 부채 인수를 위한 재원이 되었다(미국은 한 세기 이상 관세가 가장 높은 나라 가운데 하나였다). 해밀턴은 미합중국 은행을 배치해 금융시장에 견고함과 차분함, 질서를 부여했다. 

     

     

    해밀턴의 경제정책은 아시아의 발전국가 정책과 매우 유사하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해밀턴의 경제성장 모델이 독일과 일본에 의해 채택되었으니, 이후 한국과 중국 역시 그 영향을 받았음은 자명하다. 특히 고관세 정책을 통한 자국 산업의 보호와 금융에 대한 통제는 한국의 경제성장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

     

     

     

     

    아시아의 힘

    저자 조 스터드웰은 동북아시아의 경제성장을 이끈 전략으로 토지개혁을 통한 농업 개발, 제조업 및 수출 촉진, 국가이익에 부합하는 금융 등에 대한 국가적 정책을 제시하고, 아시아 국가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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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스터드웰의 <아시아의 힘> 은 토지, 제조업, 금융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성장모델을 탁월하게 정리한다.

     

     

    건국 이후 미국 경제정책은 지극히 계획적으로 이루어졌다. 정부는 특정 산업에 대한 지원을 제안하고, 기업은 이 제안을 따랐다. 해밀턴은 시장이 스스로의 균형을 찾아가도록 기다리지 않았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경제성장을 위한 가장 현명한 지적 설계를 이루고자 하였다. 이러한 기조는 이후 정권 교체 속에서도 지속되었으며, 대공황을 극복할 수 있었던 동력이 되었다. 미국의 경제 정책은 놀랍도록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로웠다. 

     

     

    해밀턴의 경제정책은 장래가 촉망되는 신기술 산업의 성장이 있어 마침내 성공할 수 있었다. 특히 연방정부의 전쟁부 지원은 알파넷을 군사 기술 개발과 스핀오프의 선구 격이었다. 저자들은 이를 "자원은 낭비하지만 혁신을 추동해 높은 제조업 생산성을 이끌어 내는 '아메리칸 시스템'"이라고 칭한다. 

     

     

    그러나 레이건 이후의 경제정책은 현실이 아닌 이데올로기에 뿌리를 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가장 실책은 제조업을 후진 산업으로 치부하고 동아시아에게 우위를 넘겨준 것이었다. 이후 미국은 '선진 산업'인 금융의 성장에 집중했는데, 고삐가 풀린 금융은 실질 부가가치의 생산 없이 몸집을 불리더니 월가 발 위기로 이어졌다. 

     

     

    금융에 대한 저자들의 주장은 확고하다. 금융의 본질이 자본을 필요로 하는 사람/기업에게 효율적으로 자본이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면, 금융은 1950년대 이후 그 어떤 발전도 이룬 바 없다. 금융 혁신은 ATM 기계 발명에서 멈췄다. 이후의 모든 '성장'은 다만 돈의 중개만을 둘러싼 몸집 불리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럴싸한 언어로 포장하고 있는 월가의 금융 산업은 미국의 성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금융을 규제하고 안정화하는 것이다. 

     

     

    요 며칠을 뜨겁게 달군 게임스탑 주가 사태를 보자. 게임스탑 사태는 지금까지도 금융 산업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예상하건대 저자들이 게임스탑 사태에 대해 평한다면 하등의 혁신도 이루어내지 못하면서 금융 종사자들의 배만 불렸다고 안타까워할 것이다.

     

     

     

    게임스탑 사태로 헤지펀드 `대굴욕`…"목숨 위협, 도와달라"

    미국 월가에서 `공매도의 전설`로 불리는 헤지펀드 대표가 개미군단 관리자에게 도움을 요청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트론 리서치 대표 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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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들은 미국의 경제 관료들에게 '경제 정책에 관한 논의를 구체적인 방식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구체적인 정책을 보다는 전문가들이 어떤 태도로 경제 현상에 접근해야 하는지, 다시 전열을 재정비할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사태를 겪으면서 이들이 겪어야 했던 무기력과 두려움이 컸던 탓이다. "우리는 도대체 왜 성장동력을 잃었는가?"

     

     

    경기 불황과 중국의 부상을 목도하면서 미국에서는 자유시장 이데올로기를 버리고 실물경제 중심의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해야 한다는 데에 대해서는 좌우를 아우르는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자유시장은 환상이다.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기업과 금융을 규제해서라도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경제정책 기조가 트럼프 정권을 거쳐 바이든 정권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 p.233. "알렉산더 해밀턴 시기부터 축적되고 개발된 엔지니어링 공동체들의 제조업 노하우는 빈곤한 개발도상국들에게 너그러이 기부해야 할 조잡하고 낡은 의복이 아니었다." 

     

    • pp.63~64. "정부는 산업 개발 지원을 제안했고, 기업은 그런 제안을 거절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것이 자유시장을 따르는 것이 아니었고, 당시 미국이 가지고 있던 명백한 비교우위를 따르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지금 뒤돌아보면 결코 어리석은 선택이 아니었다. 오히려 가장 현명한 지적 설계였다." 

     

    • p.199. "금융의 역할은 기업들에게 자본을 공급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일을 한 해 2500억 달러에 달하는 신규상장과 재공모의 장단에 맞춰 하고 있다. 그 외에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가? 우리는 투자자들에게 한 해 32조 달러를 거래하도록 권장한다. 내 계산에 따르면 이 업계에서 이루어지는 거래의 99퍼센트는 사람들이 서로 가진 주식을 사고파는 것으로, 오직 중개업자의 배만 불리는 일이다. 자원의 낭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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