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논문

기욤 피트롱,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밭 벼 2023. 7. 10. 00:44

기욤 피트롱, 2023, 갈라파고스,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좋아요’를 누를수록 지구는 무거워진다. 디지털 인프라를 둘러싼 영유권 전쟁이 새롭게 그려내는 세계지도를 포착한 책이다.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와 이를 저지하고자 하는 서구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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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피트롱 아저씨의 다른 책을 포스팅한 적 있다.  <프로메테우스의 금속> 이란 책이었는데, 이 책이 워낙에 좋았어서 (후반부 중국에 대한 끝없는 분노를 제외하면), 이 책도 좋을거라 생각하고 스터디에 추천해서 읽었으나.. 

 

 

음. 그닥 좋은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데이터 활용이 자의적이고, 논증도 엄밀하지 않아 과학적이라고 이야기하기 힘들다. 게다가 망중립성에 대한 그의 생각은 전혀 동의할 수 없을뿐더러, 그가 내 앞에 있다면 여기서 슬그머니 위험한 발언을 하시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시면 안됩니다 라고 말하고싶다.

 

그러니 누가 읽겠다고 이 책을 집는다면 내려놓으시라고 권하겠다. 

 

하지만 기욤 피트롱의 본분은 과학적 논증보다는 아젠다 세팅에 있으므로 이를 선해할 필요가 있겠다. 그러니 과학적 논증이 성립 가능한가는 잠시 뒤로 두자. 그의 문제의식 자체에는 굉장히 동의하며 읽었다. IT 기업의 그린워싱이야 워낙 유명한 이슈이니까. 이들이 전체 글로벌 가치 사슬을 아우르는 탄소배출량 보고서를 제발 발표해주었으면 한다. 

 

기술은 자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그렇게 개선되는데 우리의 에너지 소비량은 줄지 않는다. 다운로드 받아 들었던 음원을 스트리밍하며 듣고, 뮤직비디오를 무한정 제생하지 않나. 나중에는 콘서트장 전체를 공간 컴퓨팅하며 라이브로 무수히 돌려볼지도 모르지.

 

데이터 처리 효율성이 높아지면 다른 '생생한 경험'이 나를 유혹한다. 정확히는 인터넷 기업들이 새로운 경험을 해보라며 더 많은 소비를 자극한다. 나 자신의 자제력 부족.... 도 물론 한몫 하겠지. 하지만 나로 하여금 끊임 없이 좋아요, 스크롤, 구독, 관심을 얻어내기 위해 쉼없이 연구하는 저들을 내가 어떻게 당해내겠는가. 

 

매끄러워 보디는 미디어의 물질성을 드러내는 작업은 언제나 흥미롭다. 그 뒷면을 드러내는 작업들에 묘한 쾌감을 느끼는데 지적 쾌감이라기 보다는 미학적인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읽는 내내 자본주의 구조의 소비주의와 덕분에 인터넷 서비스에 중독된 나자신을 발견한 자아성찰의 시간이었다. 좋아요 한 번 덜 누른다고 지구가 덜 파괴될까? 누가 알겠는가. 일단 숏폼 콘텐츠부터 끊어봐야지. 

 


  • p.19. 우리는 말하자면 콘크리트와 광섬유, 강철로 이루어진 왕국, 항상 대기 중이며 지시가 떨어지면 백만 분의 일 초 만에 복종하는 굉장한 왕국을 건설한 것이다. 이름하여 데이터 센터, 수력발전용 댐, 화력발전소, 전략 금속 광산 등으로 형성된 '인프라 월드'. 이 모든 요소들이 막강한 출력, 속도 그리고 냉각. 이렇게 세 가지 효과를 위해 결합한다. 

 

  • p.139. 인터넷은 만져지지 않으며 절대적이고 신성한 지휘 리듬, 다시 말해서 '서비스의 연속성'이라는 리듬에 따라 역량을 발휘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웹은 멈추지 않고 기능해야 하며, 항상, 늘 '하이퍼-대기적(hyperdispensible)'이어야 한다. 

 

  • p. 186. 분명 우리의 조바심, 인내심 결핍이 빚어내는 지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