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논문

글렌 그린월드, <스노든 게이트>

밭 벼 2023. 7. 10. 00:06

글렌 그린월드, 2017, 모던아카이브, <스노든 게이트>

 

[전자책] 스노든 게이트

미국 정부의 기념비적 범죄 행위를 폭로한 스노든 사건의 전모를 밝힌 논픽션.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폭로 과정을 생생하게 들려줄 뿐 아니라 스노든 폭로 비밀 해설, 인터넷 시대 감시의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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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거버넌스 관련 논문들, 구체적으로는 ICANN에 대해서 읽는데 모든 논문에 스노든의 NSA 내부고발 사건이 언급되는 거다. 요지는 스노든의 폭로 이후에 미국의 인터넷에 대한 헤게모니가 상당히 약화되어 새로운 거버넌스 기구를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이에 스노든과 그의 폭로에 대해 아는 게 피상적이다 보니 책 한권이라도 읽어야겠다고 결심. 그는 딱 10년 전, 2013년에 내부고발했다. 이 어마어마한 폭로를 10년이 지난 후에야 읽고 있다니. 정진해야한다. 

 

911 이후 미국은 국가 안보를 빌미로 '애국법'을 시행, 과격한 수준의 정보 감청을 실행에 옮긴다. 감청은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이 사실은 국민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비밀이었다.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한다고 큰소리쳤던 기업들은 미국 정부에게 정보를 내준다. 이름하야 프리즘 프로젝트. 정보를 내준다는 것의 실질적인 내용이 충격적이다. 정부 관계자가 사기업의 서버에 직접 접속해서 원하는 데이터를 직접 다운받을 수 있다. 어떤 우회도 없고, 익명 처리 등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여기에 참여한 기업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유튜브, 페이스북, 핫메일, 스카이프 등이다.

 

이들 기업은 프리즘 프로젝트가 뭔지도 모른다고 반문했다. 하지만 스노든의 자료는 너무나 명확했다고. 심지어는 개인정보보호 업데이트 조치로 인해 정부기관의 서버 접속이 제한되자 이를 우회할 수 있도록 정부를 위한 추가 개발까지 진행한다. 이건 정말 선 넘지 않았나. 

 

NSA는 버라이존 등 통신사업자를 통해 통화 내역도 감청했다. 통화의 상세 내역과 메타데이터 모두를 수집했는데, 이 사실이 밝혀지자 메타데이터는 감청이 아니라고 항변했다고. 내가 언제 어디서 누구와 통화했는지를 주욱 훑는다고 생각해보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짐작하고도 남지 않겠나. 

 

NSA의 활발한 활동은 국경을 가리지 않았다. 파이브아이즈(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로 불리는 미국의 최우방국가는 NSA의 '안보' 활동을 지원하는 대신 자국민에 대한 감청을 피했다. 대다수의 B급 국가들은 감청 대상이었는데, 외교 안건이 있으면 더더욱 적극적으로 감청했다고. 올해 대통령의 미국 방문 전에 있었던 한국 국가안보실 감청 역시 미국 입장에서는 당연한 수순이었나보다. 이게 외교인가. 

 

용기 있는 내부고발은 이정도를 해내는구나. 그것을 보도하는 언론 환경이란 이런 거구나 하며 경탄하며 읽은 책. 인터넷 거버넌스 연구에 더욱 진지하게 임하겠노라 자세를 고쳐앉게 된 책. 인터넷 공간의 권력과 자유를 위한 투쟁이 궁금하다면 반드시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 p. 140. "관타나모 감옥 아래층 침대는 제가 찜했어요." - 스노든

 

  • p. 154. "왜 모든 신호를 항상 수집할 수 없습니까?" - 키스 알렉산더 NSA 국장

 

  • p.210. 전 세계 정부는 자국민이 프라이버시를 내팽개치도록 활발한 설득을 시도했다. 

 

  • p.298. 기자가 자기 의견을 갖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은 어떤 전통적인 직업적 요구사항과는 거리가 멀다. 사실 이것은 의도적이지는 않더라도 저널리즘을 거세하는 효과가 있는 비교적 새로운 조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