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논문

필 존스, <노동자 없는 노동>

밭 벼 2023. 4. 9. 16:54

필 존스, 2022, 롤러코스터 프레스, <노동자 없는 노동>

노동자 없는 노동

크라우드노동의 실태를 고발하고 세계 자본주의의 현주소를 폭로한다. 나아가 이 파멸적 혁신에 맞서 더 공정한 노동을 보장받을 방법을 모색한다.

www.aladin.co.kr

미세 노동에 대한 르포. 범남반구(흥미로운 표현이라고 생각했다)에 미세 노동이 얼마나 확산되어 있고, 그것이 어떻게 노동 불안정을 높이고 있으며, 상시적 실업 상태를 조성하고, 앞으로 더 많은 분야 특히 화이트칼라 직종으로까지 확산될 것으로 예견되는지에 대한 책. 노동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미세 노동은 교도소, 난민 보호소 등에 자립, 재교육을 명목으로 침투한다. 이들은 노동자로 불리지도 못하는데, 프리랜서, 독립계약자, 심지어는 플레이어 라고 불리며 일말의 협상력조차 보장받지 못한다. 세계인을 광범위하게 착취하는 빅테크들은 미세 노동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세 노동 종사자들에게는 아마존 상품권을 준다거나, 게임 토큰을 주는 형식으로 노동자를 우롱한다. 대금이 언제 지급될지도 알 수 없다. 미세 노동 성과가 좋지 않은 노동자의 계정은 언제든 플랫폼에 의해 삭제될 수 있다. 그 동안 쌓은 포인트가 지급될 여지도 없다. 미세 노동 플랫폼은 빅테크와 함께 수익을 나누며 데이터 역시 수집한다. 
 

 
 
이들은 본인의 업무가 무엇을 목적으로 개발되는지도 알지 못한다. 군용 드론이 난민 캠프를 습격한다고 했을 때, 이 군용 드론이 학습한 데이터는 난민 캠프에서 라벨링 된 것일 수 있다. 이들의 업무는 너무 잘게 쪼개져 있어 목적과 형태를 전혀 알 수 없다. 미세 노동에 요구되는 것은 다만 초단위의 속도로, 시스템은 노동 소외를 극도로 밀어 붙여 기술 발전의 가속도를 얻는다. 그 기술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는 물을 기회도 주지 않은 채. 
 
매우 흥미로운 책. 당신이 어떤 산업군에 종사하든, 화이트 칼라든 다른 어떤 칼라든 반드시 읽어보았으면 한다. 당신의 업무는 잘개 쪼개질 것이고, 국경을 넘어 경쟁하게 될지 모른다. 임금 수렵채집인이 될 날이 머지 않았다. 노동자 없는 노동의 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 
 
 


 

  • p.114. 이제는 어떤 직업이든 개인이 아닌 기계에 노하우가 축적된다. 

 

  • p. 121. 회계나 금융, 카피라이팅, 번역 같은 화이트칼라 노동에서 일부 업무를 초단기 작업으로 분화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실제로 이런 직군들에서 자동화가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 이 같은 시나리오가 실현된다면 더 많은 전문직 종사자가 임금 수렵채집인으로 변할 것이다. 

 

  • p.129. 현대 경제가 노동자를 임금 노동에 자유롭게 참여하는 합리적 주체로 그리며 새로운 합리주의의 신화를 방패 삼아 승승장구 했다면, 미세 노동은 널리 추앙받는 이 신화의 허망함을 폭로하는 것으로, 혹은 새로운 세상의 도래를 암시하는 것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