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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

밭 벼 2023. 2. 5. 19:23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웅진지식하우스, 2023,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

젤렌스키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2019년부터 전시 지도자로 거듭난 현재에 이르는 3년간 국민과 전 세계를 상대로 해온 수많은 연설 가운데 엄선한 19편을 담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승인한 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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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계셨는가. 넷플릭스는 우크라이나 콘텐츠도 보여준다. 코미디언이었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를 대통령으로 만든 <국민의 일꾼> 이야기다. 농담과 연출이 대체로 예측 가능한 이 코미디 시리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데, 시리즈 전반에 걸쳐 우크라이나 국민의 열망과 두려움을 동시에 담고 있기 때문. 젤렌스키는 인민의 열망과 두려움을 알고, 공감하며, 유머로 풀어냄으로써 대통령이 되었다. 여기에서 그쳤다면 그는 TV가 대통령을 만든 흥미로운 사례 정도로 남았겠지.

&amp;amp;lt;국민의 일꾼&amp;amp;gt;의 한 장면. 시끄러운 정쟁 속에서 이목을 끄는 데에는 푸틴의 실각 소식 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 물론 거짓이지만.


전세계가 그의 위대함을 깨달은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였다. 놀랍게도 그는 키이우를 떠나지 않았고, 전세계는 그의 유튜브 연설을 보았다. 우리가 여기에 있다. 여기, 우크라이나에 '있음'으로서 그는 지도자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용기를 전한다. 세계가 그의 용기를 보았다. 그는 용기가 두려움만큼이나 널리 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람이다.

그는 그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 연설로 우크라이나를 수호한다. 그가 연설로 가 닿으려 하는 존재는 세계 각국의 대통령, 정치인이 아니다. 그의 연설은 세계 시민에게 향한다. 주권자를 설득한다. 전쟁 앞에서 주저하게 되는 세계 시민들에게 선과 악 사이에 중재란 있을 수 없음을 주지시킨다. 1, 2차 대전의 비극을 겪으며 이룩한 평화를 러시아가 파괴했으며, 우크라이나는 인류가 겪어야 했던 집단 폭력의 고통을 또다시 겪어내고 있고, 우크라이나 민족은 인간 존엄을 되찾기 위한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음을 확인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 우리 언론은 이 전쟁이 가스, 곡물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리 기업의 수출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지를 다룬다. 중요한 이슈다. 하지만 그것이 우크라이나 국민과 젤렌스키가 치르고 있는 전쟁의 전부는 아니다. 그는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어떤 나라이고 우크라이나 민중이 무엇을 열망하고 두려워하는지 보여준다. 그의 연설을 듣고 우크라이나를, 그 민중을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아침에 눈을 뜨며 살아있음에 감사하면서 동시에 밤을 넘기지 못하고 죽었을 사람들을 기린다. 어른들이 해명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무기를, 전쟁을, 누군가가 계속 죽고 있음을 안다. 상시적이고 체계적인 집단 폭력이란 그런 것이다.

유머와 용기는 내 삶이 지녔으면 하는 두 미덕이다. 젤렌스키는 이 둘을 모두 지녔다. 그가 보내는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를 꼭 읽어보시길. 전쟁의 최전선에서 등 돌리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위대한 인간을 만나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