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논문

김종인, <영원한 권력은 없다>

밭 벼 2023. 1. 29. 18:43

김종인, 시공사, 2020, <영원한 권력은 없다>

영원한 권력은 없다

역대 거의 모든 정부를 가까이서 경험하고 대통령의 최측근으로도 있다가, 선거 승리부터 대통령으로 당선까지 킹메이커로 돕는 역할도 하는 등, 김종인은 이 책에서 본인이 겪은 대통령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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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친구가 <영원한 권력은 없다>를 읽으면서 "한국 현대사가 주마등처럼 지나갔다"라고 했다. 그 말이 웃겨서 "김종인 할아버지의 주마등을 왜 네가 느끼고 있냐"며 깔깔거렸다. 친구를 비웃어줄 요량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친구 말이 꼭 맞다. 한국 현대사가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읽는 동안 1940년에 가인 김병로의 손자로 태어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를 일컬어 여의도의 포레스트 검프라고 한다던데, 누가 붙인 별명인지 모르겠으나 탁월한 별명왕이다. 4.19 즈음부터 지금까지 그는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들에 함께했다. 그는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다'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이건 본인도 원하지 않는 겸손일테고.. 회고록 속 그의 모습은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매 순간 지략을 떠올리는 해결사다.

흔히 이야기하는 '엄혹한 시대'를 살아낸 어른이다. 그 사실 자체만으로 그에게 마땅한 존경을 표한다.

엄혹한지라 반대의견을 낼 수 없는 시대에서 그는 두렵지도 않은지 반대의견을 내놓는다. 그의 이런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군사정권들은 그를 곁에 두고 중히 썼다.

짚고 넘어가자. 그는 반대의견을 내는 여느 사람과는 달랐다. 그의 조부는 가인 김병로다. 가인의 손자가 빨갱이일 수는 없지 않나. 그러니 군사 정권에 반대 의견을 비쳐도 여느 대학생보다야 안전했으리라. 게다가 그를 가까이 두었을 때에 야당이 무어라 볼멘소리를 할 수 있겠는가. '할아버지 김병로'는 그의 인생에서 이건 주어진 운이니 그러려니 하자. 김병로 할아버지와 그를 만나러 온 유명인사의 대화를 어릴적부터 지근거리에서 볼 수 있었다는 점도 그에게 주어진 운이니 그러려니 하자. 비록 김병로 할아버지 집에서 신발 정리라도 해보고싶은 심정이라도 말이다.


부가가치세와 의료보험을 도입하고, 헌법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넣고, 기업의 불용 토지를 매각하게 한 그도 해결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노조문제다. 국정원이 민주노총을 압수수색하고,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는 현 상황에서 과연 새삼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면이 있다.

정치인 회고록 중 제일 재미있게 읽었다. (사실 이책밖에 안 읽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