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논문

헬레나 헌트, <긴즈버그의 말>

밭 벼 2022. 10. 8. 15:06

헬레나 헌트, 마음산책, 2020, <긴즈버그의 말>

긴즈버그의 말

마음산책 열세 번째 말 시리즈. 법률가로서 평생 여성과 소수자의 권익을 위해 헌신해온 긴즈버그 대법관의 사상과 신념이 담긴 법정 의견서와 언론 매체, 강연, 포럼 등에서 했던 말을 총 망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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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만나려고 우연히 들어간 서점에서 구매했다.

책을 만난 것과 비슷한 시기에 다큐멘터리 영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 나는 반대한다>를 봤다. 그 전에는 <세상을 바꾼 변호인>을, 최근에는 다큐멘터리 <제인 로 케이스 뒤집기>를 봤다.

만약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면, 우리에게 무엇이 있어 가능한가.

책은 그가 추구했던 정의가 아집과 거리가 멀었음을 보여준다. 그의 삶은 설득의 연속이었다. 설득의 방법은 상대에 따라 매번 달랐다. 그는 마음을 설득하는 것과 이성을 설득하는 것, 모두에 능했다.

그는 집념이 강했다. 소수의견을 피력하는 데에 두려움이 없었다. 자신의 소수의견이 다가올 미래에 큰 힘이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는 날카로운 언어로 다수의견을 발라내어 소수자를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타협할 수 없는 집념의 공간이 있었고, 그에게는 그 공간이 선명히 보였다.

그는 인류에게서 많은 덕목을 발견했고, 그것을 믿었다. 그는 법률의 지혜, 제도의 품격, 이성적 사고, 공감적 사고에 기대어 편견과 억압을 없앨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성적 대화가 합의에 이르게 될 것을 믿었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품격있게 작동한다면 세상은 그의 이상을 닮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다른 위대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죽었고, 나를 포함한 세상은 그의 말을 곱씹게 되었다.



p. 46. 나이 지긋한 현명한 남성과 여성이 결국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인종과 민족 구성원들처럼 여성들도, ... "제각기 다른 생물학적 문화적 특성과 삶의 경험으로부터 영향 받은 독특하고 다양한 견해"에 기여한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p. 66. 이집트에서 탈출한 우리 조상과 달리 기적적인 사건이 우리의 앞길을 열어줄 것 같지는 않다. 편견과 억압이라는 물을 빼내려고 할 때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낸 수단 - 법률의 지혜, 제도의 품격, 이성적 사고, 공감적 사고 - 에 기대야한다.

p. 76. 캘리포니아 건물에 내진 설계가 더욱 필요한 것처럼, 인종에 따라 투표권 행사가 극명하게 갈리는 지역에서는 의도적인 인종 차별을 막기 위한 예방조치가 더욱 필요하다.

p. 102. 자신감이 없는 남성들, 그래서 남성의 목소리가 들리는데도 움츠러들지 않는 - 또는 따르는 척하지 않는 - 여성을 보면 두려움을 느끼는 남성들, 이런 남성들이 성공한 여성들에게 가하는 위협이 걱정스럽다. "남성적" 가치와 문화를 가졌다고 자매들을 비난하면서 공격에 가담하는 것처럼 보이는 여성들도 - 그들 중 상당수는 페미니스트들이다 - 마찬가지로 걱정스럽다.

p. 134. 암을 겪는 것만큼 생존의 기쁨을 만끽하게 해주는 것도 없다. 마치 향미 좋은 특별한 향신료를 내 일과 일상에 듬뿍 치는 것과 같다. 어떤 일을 할 때마다 나는 할 수 있다는 고양된 인식이 함께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