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논문

기욤 피트롱, <프로메테우스의 금속>

밭 벼 2022. 10. 1. 23:00

기욤 피트롱, 갈라파고스, 2021, <프로메테우스의 금속>

 

프로메테우스의 금속

중국의 희토류 실리콘 밸리부터 미국 최대 광업 지대, 서아프리카 깊숙한 산림에 있는 바포켕 왕국의 이르기까지 희귀 금속 전쟁의 한복판을 누볐으며, 그 치열한 현장탐사의 과정을 이 책에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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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는 전기차를 도입하고 대기오염에서 자유로워진다. 그러나 전기차 제작에 필요한 광산 지대 주변의 대기, 토양, 수자원은 오염된다. 이곳의 고통을 저곳으로 전가했을 뿐이다. 고통 전가에 계급이 작동함은 물론이다.

지상 최대의 과제, 탈석탄. 과제 이행을 위해 주목받는 분야가 있었으니, 소위 '친환경 자본주의'다. 인터넷 빅테크와 전기차, 반도체, 신재생에너지 등이 굴뚝 없는 세상을 앞당기고 있다는 환상을 불어넣는다. 환상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는가?

우리가 화려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양의 금속이 필요하다. 아이폰 한 대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희귀 금속은 구리, 금, 은, 알루미늄처럼 '알려진' 금속들과 란타넘, 유로퓸, 디스프로슘, 안티몬, 네오디뮴, 프라세오디뮴 처럼 주기율표의 어디에 있는지 짐작도 안 되는 금속들까지 다양하다. 우리의 일상은 희귀 금속에 크게 의존한다.


희귀 금속이 유지하는 평화로운 일상에는 에너지와 국방 또한 포함된다. 세상은 석탄만큼이나 희귀금속 위에 서 있다. 탈석탄과 '그린 뉴딜', '탄소 중립 솔루션'들은 더 많은 희귀금속을 요구한다. 문제는 희귀 금속의 대부분이 중국을 필두로 하는 '신흥국'에서 생산되는 데 있다. (중국, 러시아, 태국, 터키, 콩고 민주 공화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브라질 ... )

희귀 금속을 수출하는 신흥국은 자원 민족주의적 태도를 보인다. 저자는 동의하지 않을지 모르나, 나는 자원 민족주의가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이 외교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게 아니다. 자원을 가진 국가는 언제나 그랬다. 희귀 금속 생산 과정에서 생명이 살 수 없게 되어버린 토양, 대기, 수자원과 그런 환경에서 계속해서 노동하도록 강요하는 착취야말로 국제 사회의 선결 과제다.

영화 <돈 룩 업>에서 미국 정부(또는 인류)는 지구로 날아오고 있는 혜성에 희귀 금속이 있을테니 혜성을 소멸시켜서는 안 된다는 기업인의 주장에 설득된다. 혜성을 큰 덩어리로 잘라서 지구에 가져온다면 엄청난 경제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 각국의 관심사는 '어떻게 혜성 충돌을 막을까'에서 '누가 혜성 조각을 가져야 하는가'로 바뀐다. 그렇게 지구는 혜성과 충돌한다. 농담이라고 생각하는가? 농담만큼 진실을 담은 언어도 드물다.

언제나처럼 결론은 같다. 우리에게 환경 오염을 되돌려 놓을 기계신은 없다. 소비를 줄이는 것 이외에 탈석탄에 닿을 길은 없다.



pp. 46~47. 정제 혹은 제련이라고 불리는 이 작업은 ... 우선 돌을 빻고, 그 다음엔 황산이나 질산같은 일련의 지독한 화학적 시약을 사용해야 된다. ... 불순물을 제거하는 제련 작업을 통해 희토류 1톤을 얻기까지 최소 20만 리터의 물이 쓰인다. 제련에 사용된 물은 각종 산과 중금속으로 범벅되는데, ... 중국은 희귀 금속 생산의 전 과정을 통틀어 어느 한 부분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환경과 위생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 ... 그 결과 희귀 금속 산업은 중국의 가장 지독한 오염원이자 가장 비밀스러운 산업이 되어 버렸다.

p. 83. 우리는 이토록 명백한 사실들 앞에서 어떻게 이토록 오랜 시간 맹목적일 수 있었는지 자문하게 될 것이고, 정재계는 물론 수많은 환경단체가 지지해 온 합의가 오히려 모순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가리고 있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p. 216. 서양의 공해 수출은 이중으로 왜곡된 결과를 불러왔다. 먼저 서양의 소비자들은 그들이 누리는 생활 방식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비용을 치러야 하는지 제대로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공해 산업을 받아들인 국가들은 환경과 사람 모두에게 위험천만한 최악의 작업 환경에서 광물을 채굴하고 제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