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트허르 브레흐만, <휴먼카인드>

뤼트허르 브레흐만, 인플루엔셜, 2021, <휴먼카인드>

휴먼카인드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큰 도움을 준 책.

인류에게 희망이 남아 있다면 인간이 가진 공감 능력 때문일 것이고, 마찬가지로 인류가 절망스러운 내리막길을 걸어간다면 그것 역시 공감 능력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언어, 지능, 힘 등 무엇 하나 다른 동물보다 우월하지 않은 인간이 지금껏 번창할 수 있었던 이유를 공감에서 찾는다. 유아는 공간인식, 산술능력, 추론능력 모두 침팬치, 오랑우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나 오직 사회적 학습 능력에서만 월등한 역량을 보인다.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며, 상대로부터 이해받고 싶어하고, 상대를 이해하고 싶어한다.

여섯 명의 소년이 '아타'라는 이름의 무인도에 표류했다. 이들은 1년 3개월만에 구조되었다. 몇 명이나 살아남았을까? 정답은 여섯 명 전원. 구조될 때 이들의 몸상태는 최상이었고, 서로는 평생의 친구가 되었다. 골딩의 <파리 대왕>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루는 소년 한 명이 절벽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생산 능력을 잃은 친구를 소년들은 조심히 절벽 위로 옮기고 부목을 대주었다. 한 소년이 농담했다. "걱정하지 마. 네가 타우파하우 투포우 왕처럼 거기 누워 있는 동안 우리가 네 몫까지 일할게."

바로 눈 앞에서 총구를 맞댄 전쟁 상황에서 적군에게 시위를 당길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1943년 태평양 전쟁. 일본군이 미군 진지를 공격했고, 미군의 방어선은 뚫릴 뻔 했다. 미군은 병사들을 인터뷰했다. 그리고 병사들 대부분이 총을 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럽과 태평양 전선에서 실제로 무기를 사용한 병사는 15~25% 뿐. 나머지는 '총을 쏘는 척' 했다. 이들은 애국자였고, 전우를 위해 기꺼이 죽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눈앞의 사람을 쏘지 않았다. 그럴 수 없었다.

인간의 탁월한 공감능력은 폭력으로부터 서로를 보호한다.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주장의 상당수는 허구로 밝혀졌다.

공감에도 한계가 있다. 공감은 접촉을 필요로하고, 심지어 특정 조건에서는 작동을 멈추기도 한다. 공감은 물리적으로 가까운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작동한다. 우리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누군가에게는 공감하지 못한다. 공감의 또다른 적은 권력. 권력을 쥔 사람은 마치 뇌의 일부분이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공감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다.

책의 재미 요소가 산더미인데 나의 짧은 글실력으로 다 기록하지 못해 안타깝다. 인류는 비판적인 분석 끝에 낙관의 마침표를 찍음으로써 진보해왔다. 공감은 인류가 가진 위대한 마침표들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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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71. 이들의 하루는 노래로 시작해 기도로 끝났다. 콜로는 ... 임시변통의 기타를 만들어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이 기타를 연주했다. ... 최악의 사건은 어느날 스티븐이 미끄러져 절벽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다리가 부러진 일이었다. 다른 소년들이 절벽 아래로 내려와 그를 다시 데리고 올라갔다. 그리고 막대기와 나뭇잎으로 만든 부목을 그의 다리에 대주었다. 시오네가 "걱정하지 마. 네가 타우파하우 투포우 왕처럼 거기 누워 있는 동안 우리가 네 몫까지 일할게"라고 농담을 건냈다.

p. 134. ... 1863년 게티즈버그 전투... 전장에서 회수된 2만 7,574정의 머스킷 총을 조사한 결과 무려 90퍼센트가 여전히 장전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 약 1만 2,000정의 소총이 이중 장전되어 있었고 그중 절반은 삼중 장전되어 있었다. 심지어 총열에 23발의 총알이 들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오랜 시간 뒤 역사학자들은 총을 장전하는 것이 총을 쏘지 않는 가장 완벽한 변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미 장전되어 있으면 다시 장전했다. 그리고 또 다시.

p. 472. 결국 우리는 우리가 아는 것만 사랑할 수 있다.

p. 528. 이 책을 통해 내가 이루고자 한 일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현실주의'라는 단어의 의미를 바꾸는 것이다. ... 현실적이 되어라. 용기를 내라. 스스로의 본성에 충실하고 타인에게 당신의 신뢰를 보여주어라. 대낮에 선을 행하고 자신의 관대함을 부끄러워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