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논문

사피야 우모자 노블, <구글은 어떻게 여성을 차별하는가>

밭 벼 2022. 9. 24. 21:47

사피야 우모자 노블, 한스미디어, 2019, <구글은 어떻게 여성을 차별하는가>

 

구글은 어떻게 여성을 차별하는가

저자 사피야 노블 교수는 여성 차별뿐 아니라 유색인, 유대인 등을 대상으로 한 적나라한 인종차별적 가치관이 알고리즘에 삽입되어 구글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고 있음을 고발한다.

www.aladin.co.kr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번역이 끔찍하다. 이렇게까지 무책임한 번역을 할 바에는 차라리 번역하지 말아달라... 구글을 비판하는 책을 구글 번역기로 번역한 게 아닐까 싶다. 이래서야 사피야 우모자 노블이 소송을 걸면 출판사가 패소하지 않을까. 제목도 낚시의 냄새가 강하게 나는데, 빅테크와 여성을 한 데 묶어뒀으니 안 사 읽을 도리가 있나! 고백한다. 나도 제목에 낚였다. 원제는 <억압의 알고리즘 Algorithms of Oppression>.

호흡을 가다듬고 번역 너머에 있는 사피야의 주장을 들어보자. 저자는 세상의 모든 정보를 구조화하는 독점적인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데 성공한 구글이 흑인-여성을 어떻게 차별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구글은 광고주를 위해 움직인다. 검색 결과가 유해할 수 있음을 살짝 언급함으로써 검색 결과에 대한 책임은 고객에게 전가된다. 구글 검색이 그려내는 흑인-여성은 억압의 역사 위에 기록되어야 한다.

구글 알고리즘에 대한 비판을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우리가 이를 이해할 관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책. 그녀를 비롯한 활동가, 소비자들의 문제제기로 구글 알고리즘은 조금씩 바뀌어 왔다.

투쟁 끝에 우리가 얻어야 하는 과실은 무엇일까. 저자는 공적 검색엔진을 주장한다. 독점 기업을 해체하고 대안적인, 공공성을 담보한 검색엔진을 만들자는 것.

이러한 주장이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독점 기업의 해체는 특정 기업이 독점력으로 시장 경쟁을 침해할 때에 가능하지 사상 자유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고 이루어질 수 없다.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큰 발언력을 갖고 있다고 해서 이를 기업을 해체하는 경우는....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선제적인 조치들은 있어 왔는데, 지역 캐이블 방송사나, 신문사가 방송사를 운영하지 못하게 하거나, 여론집중도를 조사하는 등의 정책이 '있었다'. 이런 정책들은 지금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듯 한데, 다매체 환경 속에서 사용자의 정보 소비가 '독점'되어 있는지를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

검색 결과가 사람마다, 국가마다, 시기에 따라 다르고, 사용자는 이 포털과 저 포털, 이 서비스와 저 서비스를 넘나들며 검색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보를 독점적으로 구조화하는 차별적 검색엔진 구글'을 해체할 정책적 논거를 갖추기 어렵다.그러나 이 책의 미덕은 정책적 대안에 있지 않다. 차별 없는 분류, 정보의 구조화, 알고리즘은 가능한가. 우리가 갖고 있는 상상력은 밀어붙여보자. 어떤 검색 엔진이 가능할까.

새로운 검색엔진의 이름은 상상 엔진(imagine Engine)일지도 모르겠다.
다음은 저자가 소개한, 어떤 상상 엔진.

 


 

p. 140. 이제 이 독점 기업이 해체되고 공공성이 담보되는 대안 검색 엔진이 만들어져야 할 때가 됐다.

p. 244.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중이 최고 수준의 정보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줄 대중 지향적인 저널리즘과 도서관의 이상을 구현할 수 있는 대안적이고 통합적인 공공 검색 엔진이다.

p. 232. 구글은 상업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일 뿐 도서관처럼 대중에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책임 있는 기관이 아니다. 그래서 정보를 다루는 방식에서도 언론의 자유는 물론 이익 추구의 자유를 보장받는다. 그런데 광고주의 이익에 봉사하는 언론의 자유는 인터넷의 성차별적이고 인종차별적인 발언이 끼칠 해악을 고려해 특정 내용을 차단하기도 한다. 중립성을 보장하지 않는 언론의 자유가 편향적으로 실행될 때 ... 비판적 인종 이론의 효용 가치는 다시 한 번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