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영, 최지웅 <2050 에너지 제국의 미래>
양수영, 최지웅, 2022, 비즈니스북스, <2050 에너지 제국의 미래>
2050 에너지 제국의 미래
“향후 30~50년간 인류는 어떤 형태로든 에너지 분야에서 큰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 말한다. 석유·가스 분야를 비롯해 에너지 산업 전반에 걸쳐 현장에서 바라본 석유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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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분야 독서량이 짧아 걱정하며 시작했으나, 결과적으로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탈탄소'가 무엇이며 한국의 전략은 무엇이 되어야할지 궁금하다면. 에너지 정책 논의에 숟가락 하나 얹고 싶다면 강추한다.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한국에게 불리한 정책 중 하나. 재생에너지 발전에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토지로, 저자는 재생에너지 함수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가 토지라고 설명한다. 토지가 넓을수록 재생에너지 발전에 유리하다는 것. 토지 면적은 한국의 77배이나 인구는 절반 수준인 호주와 같은 나라가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각광받을 수 있었던 까닭 역시 토지가 재생에너지 생산 단가를 낮추는 데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토지의 대부분이 산맥인데다가 가격도 비싼 한국에서는 재생에너지 시장 확대가 쉽지 않다.
게다가 재생에너지는 간헐적이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하다. 따라서 재생에너지는 발전량의 잉여분이나 부족분을 인접 국가로부터 수입, 수출하는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문제는 한국에 이렇다할 인접국이 없다는 것. 섬과 다름 없는 한국에게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접경국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연스럽게 한국의 에너지 경쟁력은 수소에서 찾게되는 상황. 수소는 재생에너지를 저장하고 이동시킬 수 있는 에너지 캐리어(energy carrier)로 기능한다. 재생에너지로부터 잉여전력이 발생했을 때, 이를 수소의 형태로 저장할 수 있다는 것.
한 발 더 나아가 저자는 수소를 암모니아 형태로 저장하는 시장이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에너지 전략이 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수소(H)와 질소(N)를 결합해 암모니아(NH3) 형태로 운송한 뒤, 암모니아에서 다시 수소를 추출하거나 암모니아 상태 그대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수소를 굳이 암모니아로 바꾸는 수고를 감수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수소가 상압 -253°C에서 액화하는 데 반해 암모니아는 -34°C에서 액화되기 때문. 밀도도 액화수소보다 높아 운송과 저장에서 수소에 비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수소가 에너지 캐리어라면, 암모니아는 수소 캐리어인 셈이다.
논의가 이쯤 흘러가다보면 기술이 그럴듯한 답을 제시해줄 것만 같다. 하지만 잊지 말자. 수소니 암모니아니 해도 가장 중요한 전략은 에너지 자체를 덜 쓰는 거다. 신재생에너지를 아무리 생산해봐야 탈탄소 하지 않으면 탄소배출량 감축은 그림의 떡이다. 조림사업이니 신재생에너지니 하지만 탄소를 덜 쓰는 것 이외에 인류가 가진 대안은 없다. 우리에게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만 남았다. 시간이 얼마 없다.
- p. 205. 재생에너지 생산에서 절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토지다. 태양광과 풍력은 일단 넓은 면적에서 햇빛과 바람을 마주해야만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호주가 수소 강국을 꿈꾸는 것, 그리고 BP가 호주에서 수소 사업을 추진하려는 것도 호주의 넓은 땅을 이용하겠다는 의도다.
- pp. 71~72.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메르켈은 가스관 프로젝트를 뚝심있게 추진했다. 그리고 2011년 11월 러시아에서 발트해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이 개통된다. ... 2011년 이후 노르트스트림1과 동일한 경로와 동일한 규모로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건설을 추진한다. ... 노르트스트림2가 건설되면 기존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관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 즉 러시아는 더 이상 우크라이나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 p.126. 왜 재생에너지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석유 소비량은 줄지 않는 것일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재생에너지와 석유는 그 쓰임이 달라서 서로의 대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화력발전은 대부분 석탄과 천연가스를 사용한다. 석유의 가장 큰 용도는 ... 차량, 선박, 항공기 등의 연료로 쓰이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로 약 15~20%가 사용된다. 반면 재생에너지는 전기 생산을 위한 발전용으로 대부분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