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우, <빅니스>
빅니스
지난 수십 년간 진행된 독점과 과점, 그리고 반독점의 역사를 냉철하게 돌아보면서 불평등한 경제구조가 어떤 문제를 일으켰는지 비교 분석한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거대 기업이 어떻게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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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읽은 책들도 하나씩 정리해야겠다는 생각. 가장 먼저 정리할 책은 팀 우의 <빅니스>다. 망중립성과 경쟁법을 공부한다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팀 우 교수는 찰떡같은 사례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책을 관통하는 가장 큰 주제의식은 시장 영역에서의 독점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것. 흔히 우리는 시장과 정치를 분리하여 사고하지만, 이 둘은 철저히 연결되어 있다. 정치 권력의 독점이 경제 권력의 독점을 유도하고, 경제 권력의 독점 역시 정치 권력의 독점을 유도한다. 영국 엘리자베스 1세는 그의 후원자에게 독점권을 아낌없이 나누어주었다. '외국 경쟁사와 맞서 싸우는 산업 전사 조직'으로 스스로를 포장한 국제 카르텔은 나치 독일의 팽창을 지원했고, 자이바쯔의 성장은 군국주의 일본의 성장과 이해관계를 함께했다.
뿐만 아니다. 경제적 독점은 시장의 경쟁력 확보에도 부정적이다. 반면 AT&T가 8개의 작은 회사로 분할된 이후 미국에는 자동응답기, 모뎀 등의 상품과 AOL과 같은 신생 온라인 서비스 산업 등 완전히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반면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등 전자제품 시장을 선도했던 일본은 1980년대 초 슈퍼컴퓨터 개발에 몰입한 '중앙집권적 기술 발전 계획'이 실패하며 경쟁력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신생 기업도 성장하지 못했다는 게 팀 우 교수의 주장이다.
한 가지 사실에 유의하자. 국가주도 경제성장 모델이 항상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라는 것. 한국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현실의 경제학>에서도 건국의 아버지 해밀턴도 연방정부를 중심으로 한 경제개발 이론을 수립하지 않았는가. 국가 주도 경제성장 전략이 성공한 사례는 매우 많을 뿐더러 때로는 유일한 성공 방정식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 책에서는 일본의 실패 사례를 과대해석하기 보다는 다음과 같은 교훈을 기억하도록 하자. 누군가가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경제 독점을 용인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그는 민주주의가 얻은 중요한 지혜를 놓치고 있거나 당신을 속이고 있다.
- p. 46. 확실해 보이는 것은 독일의 경제구조가 독일이 독재국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일정한 조건을 만들었고 또 기여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네 가지 측면을 고려해볼 수 있다. 첫째, 독일의 경제 공황이 더욱 극심해지는 데 기여했다는 점, 둘째, 1930년대 초반 히틀러가 권력을 집중시키는 데 중공업계가 조력했다는 점, 셋째, 독일 경제가 계획경제로 전환된 점, 마지막으로 전쟁에서 독일의 독점기업들이 구체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의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 p. 96. 요컨대 전후 시대의 미국, (미국보다 덜하지만) 유럽, 그리고 아시아는 공산주의자나 사회주의자들이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자본주의를 길들이려는 대담한 노력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사적 권력을 공적 권력으로 상쇄시킴으로써 사적 권력을 제한하려는 의도적인 시도였다. (...) 반독점법 시행의 정점에서 산업화를 이룬 국가들은 번영하여 많은 것들을 얻었고 부와 수입의 평등을 이루기도 하였다.
- pp. 134~135. 시카고학파는 (...) 독점주의자가 독점 관행으로 얻는 것은 거의 아무것도 없으니,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독점을 실행하는 것으로 확실히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 새로운 방식으로 이론에서 실제로 도약하면서 시카고학파는 이론에 존재하지 않는 것은 실제에도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은행을 터는 것은 은행을 지키는 경비와 돌아올 빈약한 수익을 생각할 때 경제적으로 비이성적이다. 그러므로 은행털이는 일어나지 않는다. 고로, 형법은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