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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덕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밭 벼 2022. 8. 14. 15:25

김시덕, 2022, 메디치미디어,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올컬러 특별판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올컬러 특별판)

꾸준히 사랑받아온 걸작 동아시아 역사서가 새 표지를 입은 올컬러판으로 재탄생! 180여 점의 풍부한 도판을 화려한 컬러로 재수록하고 ‘2022년판 저자 서문’을 삽입한 업그레이드된 특별판.

www.aladin.co.kr

 

임진왜란 이후 동아시아 역사, 특히 막후 시대에 말 그대로 빨려들어갔다. 삿초동맹, 대정봉환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내가 이 시대 일본에 대해 지독할만큼 무지하다는 사실. 내가 받아온 민족주의 교육이 얼마나 협소한지 처참히 확인할 수 있다. 

 

조선은 그 시대의 국제 정세 안에 있었고, 이 때의 국제정세는 중국(명나라-청나라), 일본에 국한되지 않았다. 만주를 비롯한 대륙 세력인 몽골, 러시아와 해양 세력인 큐슈, 대만, 필리핀, 멀리 인도에 이르기까지. 임진왜란 이후 일본의 식민지배에 이르기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궁금하다면 반드시 일독을 권한다. 

 


 

  • p. 111. 청나라가 명나라를 정복하고 타이완 섬의 정씨 정권과 대립하던 시기, 한반도의 해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배가 종종 출몰했다. 이를 '황당선'이라 부른다. 조선 사람들은 이 배를 명나라를 배신하고 청나라에 협조하는 조선을 증오한 타이완 섬의 정경이 보낸 것이라고 믿었다. ... 이러한 공포가 언제부터인가, 한반도 남쪽 바다 저너머에 있는 섬에서 정씨 성의 사람이 장차 조선왕조를 뒤엎으러 올 것이라는 혁명의 신앙으로 바뀌었다. 백승종의 <정감록 미스터리>에 따르면 현재 유통되는 (정감록의) 원형은 뜻밖에도 타이완 섬의 첫 독립 정권과 이에 대한 조선 사람들의 공포에 기원한 것이었다. 

 

  • p.144. 도쿠가와막부가 VOC(네덜란드 동인도회사)에 부과한 의무 가운데에는 일본어로 카피탄이라고 부르는 데지마의 VOC상관장이 한 해에 한 번씩 막부가 위치한 에도를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 있었다. 상관장이 제공하는 '풍설서'라 불리는 해외 정보를 통해 막부는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해싸. ... 상관장이 제공한 정보 가운데에는 1853년에 미국의 페리 제독이 일본에 오리라는 것을 미리 알려준 1852년의 풍설서가 특히 유명하다. 

 

  • p. 163. 일본은 자국을 천축(인도), 진단(중국과 한국), 본조(일본)의 삼국 가운데 하나이거나, 자국을 일본열도 바깥의 오랑캐와 대비되는 중화로서 간주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일본은 러시아와의 접촉과 충돌을 통해 <삼국지>적 세계관을 벗어났으나, 한반도는 <삼국지>적 세계관을 탈피하지 못한 채 20세기를 맞이했다. 

 

  • pp. 301~302. 전쟁 초기에 일본을 열등한 황인종 세력으로 간주하던 서구 열강은 1905년에 일본이 러시아에 승리하자 열강의 일원으로 대하기 시작했다. ... 오카쿠리 덴신은 서구 국가들의 이러한 표리부동한 태도를, "일본이 부드러운 평화의 기술에 젖어 있는 동안에 이란 서양인은 일본을 야만적이라고 간주했다. 일본이 만주의 전투장에서 대규모의 학살 행위를 자행하기 시작한 이래 그들은 일본을 문명국이라고 부른다"라고 비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