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포스너 (1979) <The Chicago School of Antitrust Analysis>
The Chicago School of Antitrust Analysis
Richard Posner - Wikipedia
American judge Richard Allen Posner (; born January 11, 1939) is an American jurist and economist who was a United States Circuit Judge of the United States Court of Appeals for the Seventh Circuit in Chicago from 1981 until 2017,[1] and is a senior lectur
en.wikipedia.org
한달 여 전, 미 하원에서는 주요 IT기업 대표들을 (원격으로) 불러모아 그들의 시장지배력의 오남용 여부에 대해 청문회를 연 바 있다. 관련해서는 7월 5주차 산업동향 스캐닝에서 다루기도 했었다([7월 5주차] GAFA 하원 청문회). 당시 민주당 초미의 관심사는 과연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이 시장지배력을 행사하여 시장을 교란하고 있는지의 여부였다.
흔히 미국의 시장규제는 '독과점을 제외한 모든 시장활동에 대한 관대함'으로 이해된다. 시장 가격을 통제하거나 자유 경쟁을 저해하여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가 침해당할 경우 심지어는 기업을 강제로 분할 매각시켜버릴지언정 두고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1911년 있었던 스탠더드오일 강제분할은 미국 시장규제의 전설이 되어 반독점법의 상징이 되었다. 이후 71년이 지난 1982년 통신사업자 AT&T 지역전화사업자를 7개 사업자로 쪼개는 강제분할의 사례가 다시 한 번 더 나오면서 미국은 독점 규제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었다.
이 불똥을 가까스로 피한 기업이 MS였다. 그리고 이번 GAFA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대표들이 빌 게이츠에게 어떻게 강제분할을 피해갈 수 있었느냐고 자문을 구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진짜일 수도 있겠다). MS의 반독점행위 혐의는 운영체제에 응용 프로그램을 함께 끼워팔았다는 내용이었다. 강제분할을 어찌나 가까스로 피했던지, 친기업 인사인 부시(아들) 대통령이 당선되지 않았더라면 분할은 거의 확실시 되던 상황이었다. 당시 빌 게이츠의 인터뷰 영상을 보면, 그가 정말 혼신을 다해 소송에 대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의 항변 내용이 오늘날 플랫폼 사업자들이 하는 말이랑 거의 똑같은 것도 관전 포인트겠다.)
미국의 법학자이자 경제학자인 Richard Posner는 가격이론(Price Theory)을 통해 시카고 학파의 독점 규제에 대한 분석을 정리한다. 논문의 주된 논지는 시카고 학파와 하버드 학파가 독점 규제를 둘러싸고 사실상 기술적(technical) 차이만 남았을 뿐 거의 유사한 결과로 수렴해 왔는데, 이는 1950년대~초기 1960년대 당시 현상 기술(descriptive)에 치우쳐 있었던 독점 규제 연구가 드디어 단순하고 명료한, 이론화를 시도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단순하고 명료한 분석에 가격이론만한 게 없다는 것이다.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두 학파가 수렴했다는 결론들이 흥미로운데, 이들은 반독점법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반독점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 독점행위를 매우 제한적으로 해석하는데, 논문에서 다뤄지고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결합상품(tie-in) : 결합상품은 묶인 상품을 할인 판매하게 되므로 일종의 가격차별 효과를 갖는데, 이는 오히려 소비자의 효용을 높인다.
- 재판매가 유지(resale price maintenance) : 재판매 가격을 강제로 유지하게 되면, 판매자는 서비스의 질을 올려서라도 소비자를 유치하게 되어 있다. 결국 소비자는 양질의 서비스까지 구매하는 것. 광고가 소비자들로 하여금 상품 검색에 드는 비용 만큼의 효용가치를 갖는 것과 같은 원리다.
- 약탈적 가격설정(predatory pricing) : 약탈적 가격설정을 통해 경쟁자를 제거하고(!) 독점적 지위를 점하게 된 이후 가격을 올린다는 전략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데, 나중에 가격을 인상하고자 할 때 신규 사업자가 진입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Posner에게 독점적 지위라는 것은 한 개의 개별 기업이 단독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독점이란 복수의 행위주체가 카르텔을 형성했거나 또는 수평결합을 했을 경우(수직결합에 대해서는 다만 시장의 효율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보았다)로 한정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George Stigler가 주장하듯, 복수의 행위주체가 독점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투입되는데, 과연 그런 경우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게 그의 생각이다. 요는 가격 담합이 두려워 정부가 가혹한 선제적 조치를 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결국 가격을 매개로 한 시장기제를 통해, 합리적 소비자와 기업이 독과점의 등장을 막는다. 합리적 소비자는 끼워팔기, 광고, 가격유지 속에서도 자신의 효용가치 만큼만 지불한다. 합리적인 기업은 이윤이 남는 듯 보이는 시장에 재빨리 뛰어들어 경쟁한다. 그렇다면 의문의 방향은 반독점법으로 향한다. 왜 미국 정부는 반독점을 위해 왜 칼을 빼드는가.
다시 돌아와서. 하버드와 시카고의 독점규제에 대한 논의 결과들을 잘 정리하여 1979년에 출판된 이 논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MS는 21세기로 무탈히 넘어가기 위해 발벗고 대응해야 했다. 쟁점은 ICT 산업의 특성에 있었을 것이다. 상품을 복제해도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일정 부분 투자한 이후에는 시장 확장을 위한 투자 비용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점, 한 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다른 상품으로의 이전이 쉽지 않은 락인효과가 발생한다는 점 등이 논거로 거론되지 않았을까.
의문은 가격이론과 ICT 산업 간 관계에 다다른다. ICT 산업에서 가격이론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가. 다음에 읽을 글들은 그런 글들이다.
- p.928 "From these various analyses, a conclusion of great significance for antitrust policy emerges: firms cannot in general obtain or enhance monopoly power by unilateral action - unless, of course, they are irrationally willing to trade profits for position.
- p.933 "By 1969, then, an orthodox Chicago position (well represented in the writings of Robert Bork) had crystallized: only explicit price fixing and very large horizontal mergers (mergers to monopoly) were worthy of serious concern."
- p.948 "Changes of mind within both the Chicago school and its principal rival, which I have called the Harvard school, have produced a steady trend toward convergence."